*6월 26일 다이른 전력 주제 "방학" 참여했습니다
아르니
오락가락하는 초여름 더위에 누구나 지치고 있었다. 쿠로오 테츠로와 사와무라 다이치는 나란히 앉아 아이스바를 와작와작 씹거나 물었다. 덥네, 덥다. 가뭄으로 땅이 굳어서 그런지 정적을 매울 매미조차 울음을 키우지 않았다. 아, 그거 녹는다. 쿠로오가 다이치 손에 들린 하드에서 떨어지는 설탕물을 쪽 빨았다. 네 건 떨어질 거 같은데. 녹다 못해 바에서 벗어나려는 하드를 턱짓했다. 헐, 안 돼. 입을 크게 벌려 한 번에 삼켜버렸다. 다이치는 피식 웃으면서 앞니로 하드를 긁어냈다.
해가 노을 속에 파묻히고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힐 때까지 함께 앉아 시간을 보냈다. 여명이 사라지면 순식간에 어두워지겠지, 다이치가 모기에 물린 왼쪽 팔을 긁었다. 오야 오야? 긁으면 더 가려워지지 않아? 쿠로오의 하나 마나 한 물음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모기약도 없는데. 그러자 쿠로오가 손바닥을 펼치고 내놓으란 듯이 까딱거렸다. 내가 임시방편을 알지. 못 미더워하면서 내민 팔뚝을 잡더니 날름 핥아버렸다. 뭐야 징그럽게. 다이치가 팔을 털어 떨쳐내려고 했지만 꼭 안아 잡았다. 왜그래 자기야 우리 사이에.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는데 다이치는 문득 생각에 잠겨 팔을 내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지? 딱 떨어지게 정의할 수 없었다. 친구라기에는 너무 가깝고, 연인이라기엔 와닿지 않는 관계인 지금에 너무 익숙해서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고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연휴마다, 방학마다 만나왔다.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가만히, 몸만 남겨둔 채 떠나버린 것처럼. 쿠로오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여, 사와무라.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거 꼭 정의해야 돼? 그냥 쿠로오랑 사와무라 사이라고 해. 그것도 그러네. 별로 의미 없는 대화였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이 잘 통한다든가, 마음이 맞는다든가,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든가 하는 이유같은 건 없었다. 단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때 마음이 편했다.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다만 사람들이 언제나 부족해서 금 같다고들 하는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는 일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그래, 그거면 된 거겠지. 어떤 말로도 규정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이였다.
보통의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들과도 떨어져 보내는 동안 둘만의 우주는 매번 매시간 새로운 별이 태어나 팽창했다. 별이 태어나 거대한 중력으로 끌어모은 부스러기가 그를 맴도는 행성이 되고, 각각의 행성이 다시 먼지를 그러모아 위성을 만든다. 혜성이 성간을 여행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스러지거나 때로 흔적을 남겼다. 새로운 별이 여러 번 생겨 무리를 이루어 은하를 형성하는데 그게 다시 여러 번 반복해서 은하수를 만들어 보인다. 둘 사이 우주는 제곱수처럼 비대해져 태양계에 지구가 있고 지구에 달이 딸린 것처럼 당연하고 의미 없는 일을 만들어 냈다.
다이치는 생각이 제멋대로 흘러가도록 가만히 내버려두는 걸 좋아했다. 쿠로오 옆에서는 사고의 변화가 물에 녹인 설탕만큼 부드러웠다. 쿠로오는 생각에 빠진 다이치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저런 표정의 다이치의 뇌는 뭘 가득 채웠길래 이렇게나 꿈같이 보일까, 환영 같았다. 둘은 서로를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나뭇잎 틈으로 비치던 그 햇살처럼 스며들었다.
'2차 창작 > 전력 60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 키리바쿠]잠 못 드는 밤 (0) | 2016.08.28 |
---|---|
[HQ 우카스가] 일곱번째 달, 사막 (0) | 2016.07.10 |
[HQ 쿠로다이] 어떤 시작 (R-18) (0) | 2016.07.03 |
[HA 데쿠캇]짓밟혀도 좋아, 네게는. (0) | 2016.06.26 |
[HQ 마츠스가]그 인어의 그림자는 (0) | 2016.05.29 |
댓글